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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자전거 타기

제2회 화천 DMZ랠리에 다녀왔습니다

by KWANG HYUN 2009. 10. 21.

  작년 화천 대회후기를 보고나서, 내년에는 꼭 나가야지 했던 화천대회가 10월 17~18일에 열렸습니다. 강원도 화천에서 하다보니, 경비가 적잖이 들었지만, 경비가 전혀 아깝지 않은 정말 너무 재밌는 대회였습니다. 물론 저의 첫 대회출전이기도 해서 더욱 그렇겠지만요^^ 대회를 준비하고 마무리 지을 때 까지 부스동 민관이가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시 한 번 꾸벅..^^

화천대회코스



  강원도로 떠나는 아침. 저희는 원동이형네 집 앞에 모였습니다. 출전하는 사람이 7명이라, 차량 두 대에 나눠타고 올라갑니다. 막상 사람들이 모이고 차에 자전거를 실으니 정말 대회에 나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열심히 탈 때는 대회 안나가고, 대충 슬렁슬렁 마실이나 다니다가 대회에 나가려니 그냥 기록은 포기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미리미리 좀 타 놓을껄...


  고속도로를 쉼없이 달리다보니 어느덧 춘천.. 저희는 춘천에서 닭갈비를 먹고 화천으로 들어가기로 해서, 춘천에서 유명하다는 닭갈비 길로 갑니다. 가게가 참 여러 개 많았습니다만.. 길게 줄이 서 있는 가게가 있는 반면, 사람이 많지 않은 가게도 있더군요. 저희는 적당히 사람이 많은 곳을 택해서 밥을 먹었습니다. 음.. 춘천이라고 해서 특별히 맛이 엄청 다른 건 아니더군용~ 그냥 비습비슷한데, 울산에 비해서 덜 짠 맛에 저한테는 딱 좋더군요 ㅋㅋㅋ  밥도 먹고 숙소에 가서 부스동 분들과 간식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며 밤까지 놀았습니다. ㅋㅋ



대회 당일 날 아침, 뭐 대회 나가봐야 별 거 있겠나.. 그냥 대충 타고 구경이나 하면서 힘들면 쉬었다가 오지.. 라는 생각이 40% 정도는 있었는데, 막상 대회 시작하고 나서는 그런 생각 따위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제 목표는 원동이형, 구피형, 동천형이었습니다. 땅만 보고 달리다가 고개들면 하늘색 져지가 앞에 있고.. 일단 앞에 가는 사람만 잡자라는 생각으로 죽을 듯이 달렸던 것 같습니다.



  처음 20km구간이 평지인 줄 알았는데, 머.. 평지까지는 아니더군요.. 오르락 내리락... 속도계에 15km 찍혀있는데 오른쪽에 아저씨들이 '업힐시작이다~'라고 하셔서 가슴이 철렁..;;; 전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있었습니다. ㄷㄷㄷ 원동이형한테 꼭대기에서 만나요~ 라고 한뒤 뒤로 질질. ㅋㅋㅋㅋ 업힐하는 동안은 두 코너 앞에 있는 원동이형이랑, 한 코너 앞에 있는 동천형만 보고 갑니다. 아오.. 이 형들은 지치지도 않습니다. 죽자사자 밟다보니 속도계에 주행거리가 22km가 찍혀있습니다. 업힐이 8km 라고 했으니, 1km 남았네요. 힘을 더 내서 동천형아를 5m 이내로 따라잡고 골인. 이제부터 다운힐 까지는 비계측구간입니다. 



  비계측구간에 가서 원동이횽아랑 구피형도 만나 함께 이동했습니다. 이 때 머릿 속에 있는 생각은 '이 형들 나랑 2분 상간이구나.. 정자 하나 넘고 평지에서 쨰면 되겠다.'였습니다. 업힐 때 힘을 많이 썼는지.. 엉덩이 근육이 아파서 자전거에 앉을 수가 없습니다. 흐헝흐헝.. 나름 시건방진 안도의 한숨을 쉬고 물도 벌컥벌컥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형들 먼저 보내드리고 전 엉덩이 근육 풀면서 비계측구간 다운힐을 합니다. ㅋ 내려가는 동안에 경치가 아주 그냥... 카메라를 왜 놓고 왔을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신경쓰이는 건.. 너무 아파서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대로 계속 타다가는 너무 아파서 걷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아직 정자같은 업힐이 하나 있다는데.. 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아픈데 35km를 달릴 수 있을까.. 그냥 여기서 리타이어 하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운힐을 끝내고 댐오브피스에 도착하니 바나나랑 물을 줍니다. 이 대회 보급은 참 잘해줍니다. +_+ 바나나 러쉬!! 워터라쉬!! 중간에 화장실도 있고!! 전 계속 다리를 풀어줍니다. 실력도 안되는 것이 형들 잡아보겠다고 무리한게 오버였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집에 가면서 후회할 바에는 타다가 실신하는게 낫다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쉴만큼 쉬고 안내요원이 시키는대로 코스를 이동하니 얼레? 급 계측구간이 나타나면서 형들이 치고나갑니다. 역시 평지는 창완이형 ㅋㅋㅋㅋ 창완이형을 선두로 치고 나가는데, 옆에서 휘익~ 구피형이 지나갑니다. 이런..;;;; 이미 다리랑 엉덩이 아픈건 안중에도 없습니다. 앞에 가는 형들 잡자! 저~ 멀리 창완이형이랑 구피형이 가고 있는데 난 여기서 뭐하냐 밟아! 라는 생각을 계속 합니다. 더밟아 더밟아~~ 

  가다보니 은근슬쩍 두 번째 업힐이 시작됩니다. 헐퀴!! 당최 어디가 정자냐!!! 여기저기서 끌바하시는 분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업힐에서 구피형이랑, 동천형, 창완이형을 제끼고 나갔는데, 원동이형이 안보입니다. 안돼!!!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가 어딜 가도 저보다 앞에 있는 사람이 있으니 저 같은 스타일한테는 좀 좋은 듯 싶습니다. 앞에 한 사람씩 잡아나가자는 생각으로 고쳐먹고, 언젠가 원동이형이 보이겠지 합니다. 근데 이거 업힐이 너무 심합니다. 마우나초입 비스므리한 것들이 꼬불꼬불.. 속도계를 보니 40km 후반대.. 남은 20km가 평지니까 조금만 더 참으면 50km... 그러면 업힐이 끝이다.. 꾸역꾸역 밟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잡아야돼잡아야돼 이러니까 옆에서 끌바하시던 분들이 화이팅해주십니다. 이럴떄는 온화한 표정으로 릴랙스하고 '감사합니다~' 라고 하고 다시 업힐... 

  드디어 물 보급소가 보이고 속도계는 50km 남짓.. 진짜 끝이다.. 원동이형 잡자... 댐오브 피스에서 원동이형이 '넌 평지에서 나 따라와라' 라고 했으니 보여줄 때가 되었습니다. 물 한모금하고 (여기서 원동이형은 물도 안받았다는!!) 다운힐을 하는데 그냥 눈물의 다운힐입니다. ㅠㅠ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ㅋㅋㅋ  다운힐에서 평지로 이어지니 탄력을 받아서 잘 가집니다. 이대로 가면 원동이형 따라가겠다.. 근데 옆에서 갑자기 퍼런게 튀어나오는데.. 자세히보니 동천형아... 으앙~~ 나의 노력은 어디로 간게냐!!! 동천형 이 때 80km/h 인가로 내려왔다고 합니다.  아앍!!!! 잠시 동천형이랑 같이 가는데, 뒤에 므틉 몇 사람이 슬 피를 빱니다. 그림자에 비친 알피엠을 보니 앞에서 바람을 막아줄 것 같지는 않아서 치고 나갑니다. 어차피 20km 남은 거.. 집에서 동천형네 놀러간다 생각하고 마구 밟습니다. 머릿속에는 원동이형원동이형원동이형... 근데 이런... 어제 정비를 똑바로 안해서 풀아우터가 안들어가 속도가 50을 넘기지를 못합니다. 여기서 달려야 원동이형 잡는데.. 짜증짜증짜증.. 대충 35~40정도로 달려서 60km 지점에 다 와가는데 뒤에서 '팬더 화이팅'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구피형.. 두둥... 화이팅 해주시고는 휘익~ 저도 따라서 댄싱치려고 일어나는 순간.. 양쪽 허벅지에 동시에 쥐가 납니다. 바로 앉아서 야옹야옹~ 해줬습니다.


  이제는 구피형도 저~~ 앞에 가시고.. 원동이형은 보이지도 않고... 혼자서 한참을 달리는데, 저희 숙소가 지나갑니다. 4km 남았다.. 힘이 빠집니다.. 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끝이구나.. 라고 생각하다가 "야이 XX야 밟아!!" 라고 소리지르고 다시 밟습니다.(어차피 반경 1km 안에 저밖에 없어서 괜찮습니다.;;) 바람때문에 눈물은 흘러서 앞도 잘 안보이고.. 눈물 닦을 시간에 더 밟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냥 흐르게 놔둡니다. ㅠㅠ

 
 제 시야에 다리(브릿지, 사람다리 아님)가 보입니다. 파란져지에 오렌지 바테잎.. 구피형입니다. 사정권 이내다. 골인지점 통과하고 자빠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마구 밟는데.. 힘이 안들어갑니다. 다리 위에서 힘내라고 박수쳐주는 사람들 소리가 귀옆으로 흐릅니다. 왜 여기서 더 안돼! 왜 안돼!라는 생각밖에 안됩니다. 속도계가 45이상 안나옵니다. 아침에 모였던 건물이 나타나고.. 피니시라인이 눈에 들어오는데 힘은 나지 않습니다. 너무 너무 분합니다. 더 가야되는데, 피니쉬라인 양쪽에 서 있는 사람들이 사진 찍고 박수치는게 잠시 보입니다만.. 그런 거 신경쓸 수가 없습니다.

 
드디어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통과.. 바로 앞에 원동이형이랑 구피형이 계십니다. 형들한테는 말 안했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생각처럼 몸이 못따라와가지고 너무 분해서 나오는건지.. 그냥 스스로 최선을 다 한게 만족한건지.. 눈물이 울컥 하는거 억지로 참았습니다.



  하악.. 끝이다... 끝나고 생각해보니 제가 자전거 타는 동안 제일 열심히 탄 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재밌었구요. 그 다음부터 집에 올 때까지는 별 기억이 없습니다. ㅋㅋㅋㅋ 눈 떠보니 아침이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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