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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자전거관련

자전거 복원사업의 마무리를 짓다.

by KWANG HYUN 2009. 2. 12.

  작년 4월.. 저는 서울에서 오래된 로드차를 한 대 구입했습니다. 뭐.. 알바 좀 해서 도색도 새로 하고, 생각해 놓은 부품 좀 사모으면 금방 마무리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게 항상 생각대로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제가 원하는 것들로만 모으려고 했던지라.. 얼마 전에서야 비로소 필요한 부품들을 전부 사 모으고, 도색도 할 수 있었습니다. 뭐.. 이 핑계 저 핑계 대 가면서 늘어뜨린 제가 원인이겠지요. ㅋ 장장 11개월만에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에 프레임에 뿌려놓은 클리어페인트가 마른 오늘.. 저는 빙고님 사무실(이하 빙고샵)로 갔습니다. 오오... 3일 동안 난롯불 쬐어가면서 바짝 구워져 있더군요. 히힛.. 손으로 만져보니 98%이상 말랐습니다. 더 이상 사무실에 프레임이 굴러다니는 것도 그렇고.. 저 스스로도 빨리 보고 싶었던 마음에 조립을 시작하였습니다.

도색이 끝난 상태. 하악..

프레임에 새겨진 음각에도 펜페인트로 일일이 색을 넣었습니다.


  분해 할 때는 20분만에 뚝딱 해치우더니.. 조립은 분해의 역순인 것은 알지만.. 역시나 시작부터 호락호락하지는 않네요. 헤드셋이 시마노에서 캄파로 바뀌면서 헤드셋의 높이가 달라지는 바람에 포크의 스티어러 길이가 모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놔.. 시작부터 깊은 좌절감을 맛보았습니다만.. 빙고님의 구원의 손길에 힘입어.. 급한대로 다꼬르디 포크를 사용하였습니다. 어흑.. 어디 콜나고 블레이드 크롬포크 있으신 분들 저에게 자비의 손길을...ㅠㅠ


오늘 조립될 부품들.


  포크도 조립하고 구동계 조립도 쉽게쉽게 넘어가는 듯 하더니... 변속레버가 속을 썩히네요.. 시마노의 변속레버(STI)는 레버 옆에서 육각렌치로 손쉽게 레버의 위치를 조절 할 수 있지만.. 캄파는 고무후드를 훌러덩 뒤집어 깐 상태에서도 그리 쉽지는 않더군요..

  근데.. 제가 저도 모르게 흥분한 것이었을까요? 나사를 너무 세게 조여서 그만.. 드롭바에 잡히는 클램프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ㅡㅡ;;;; 암이 캄캄하더군요.. 하지만.. 이 때 또다시 구원의 손길.. 빙고님이 가지고 계시던 옛날 캄파 레코드레버를 꺼내시더니 클램프를 하나 휘익~ 오오... 캄파는 예전 부품이나 현재의 부품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군요. 요래요래 살짝 가공을 해서 맞춰 넣었습니다. 클램프도 하나 구해야겠습니다.


불꽃남자!!

변속기 세팅 중


  힘들게 변속레버도 세팅하고, 변속선도 요래요래 연결 해주고, 구동계 연결도 후다닥 해치운 다음에, 변속기 세팅. 운이 좋은 건지.. 캄파가 무언가 다른 기술이 있는 것인지.. 한번에 칼세팅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은근 기대하고 있던 지못미 이탈리아 플래그 바테잎으로 예쁘게 마무리를 지으면서 11개월 간의 기나긴 부품 모으기와, 삽질의 끝이 났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껑충껑충 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덤덤하게 은은한 기쁨이 있더군요. 너무 좋으면 어떻게 표현을 못하듯이...


벨로체!!!


  바로 시승에 들어갔습니다.

음.. 요 며칠 철티비를 타고 다닌 결과인가요? 뭔가 제 몸에 착 붙는 느낌이 아니고 살짝 어색합니다. 집에 오는 동안에도 바짝 밟아보았는데, 며칠은 더 걸릴 듯 합니다. 뭐..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겠죠^^

  오늘 조립하면서도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는지... 그냥 그 돈과 그 시간으로 다른 자전거를 한 대 사서 타고 다니면 여러모로 더 편하고 좋은 것을 탈 수 도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음... 아마도 내가 원하는 모양에 내가 원하는 사양으로 커스텀한다는데에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 두 군데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결국 작년 4월에 이 자전거를 사면서 머릿속에 그려오던 자전거의 모습에 거의 일치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죠. 이제 부품이 고장나지 않는 한은 이대로 쭉 타게 될 것 같습니다. 완전 마음에 듭니다.

사진이 좀 길쭉하게 나왔네요..;;


부족한 자전거 한 대 만드는데 많은 관심과 도움주신 분들께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그저 눈물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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